작곡 독학의 메리트
암만 AI 시대라 해도, 사실 작곡이라는 작업 자체의 매력은 여전히 큽니다. AI가 선택해준 무언가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선택해서 만들 수 있다는 것의 즐거움은 매우 크거든요. 물론 그 과정에서 기술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옵니다. 작곡은 그런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마치 팥붕 슈붕을 선택해야하는 순간처럼요.
어디서부터 작곡인걸까?
사실 작곡을 어디서부터라고 봐야할지는 굉장히 미묘한 감이 있습니다.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만 해도 작곡인지, 혹은 그럴듯한 비트와 코드진행, 사운드까지 전부 만들어서 음원을 발매해야만 작곡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저는 생각하던 소리를 현실로 옮긴 것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작은 범주의 일이라도 일종의 작곡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대신, 악보에 적거나 프로그램으로 기록하는 과정들은 필요하겠지요.
다만 지금 시대에선 AI로 손쉽게 하루에 100곡도 찍어낼 수 있으니, 과거에 비해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독학’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꺼내들 것도 없이, 프로 작곡가들도 AI 툴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가이드 트랙을 만들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러나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나 만화가들이 학창시절 공책에 끄적였던 낙서에서 시작했던 것처럼, 작곡 독학이라고 해서 크게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라도 뭔가를 메모하는 것인데, 다만 그게 곡인 것일 뿐이지요.
작곡 독학, 알아두어야 할 종류
작곡 독학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실제 연주를 고려한 어쿠스틱 작곡입니다.

오선지를 비롯해 악보에 적는 것은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작곡입니다. 주로 악기를 연주하던 분들이 이러한 테크를 밟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타나 피아노, 나아가선 오케스트라 등 실제로 구현될만한 악보와 자료를 만들고, 이것을 기반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지요.
두 번째로 컴퓨터 음악, DAW를 고려한 작곡입니다.
DAW는 Digital Audio Workstation의 약자로, 실제 소리를 녹음하거나, 디지털 신호를 통해 작업할 수 있게 만들어놓는 도구입니다. 작업화면에 뭔가 잔뜩 띄워놓고 일하는 것 같다 싶으면 십중팔구 이런 툴이지요.

실제로 K-POP을 비롯해 피아노나 기타 같은 어쿠스틱 음악까지도, 최근 작업은 로직, 에이블톤 라이브, 큐베이스, 스튜디오원 등 컴퓨터 프로그램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녹음 소스 또한 샘플을 가지고 와서 작업하는 빈도가 늘어났지요. 상업음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반드시 배워야 하는 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물론 두 가지가 항상 이분법으로 정확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두 가지가 섞여있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쿠스틱으로 시작해서 DAW로 서로 보완재가 되는 경우도 있지요. 다만 ‘모두 다’ 하려고 하면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 초반엔 한 분야에 집중을 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령 연주를 하다보면 DAW를 이용한 편집이 필요한 순간이 있고, DAW를 사용해 편집하다보면 연주 실력의 부재로 인해 작업속도가 느려지는 순간이 생깁니다.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다면 결국 독립적으로 작업을 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생기지요.
작곡 독학, 악기부터 시작하기
악기를 통해 작곡을 시작하는 것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어온 방법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으로는 기타나 피아노를 이용해 시작하는 것이지요.
두 악기 다 솔로 연주자로써 곡을 연주하려면 당연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기초적인 코드 반주를 하면서 그 위에 노래를 부르는 것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합니다. 기본적인 약속과 코드 진행 몇 가지를 익히는 것 만으로도 가능하지요.

위와 같은 정말 기초 진행이라 하더라도, 코드를 연주하면서 흥얼거리고, 그걸 적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작곡의 기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연주 실력이 뒷받침되어준다면 곡을 꾸미는 것에 있어서도 훨씬 수월하지만, 그런 경우는 시간을 상당히 들여야 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가볍게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작곡 독학, 미디부터 시작하기
엄밀히 말해서 “미디(MIDI)를 한다”라는 표현은 일종의 콩글리쉬 같은건데, 한국에서는 유독 이게 표준처럼 자리를 잡은 느낌이 있긴 합니다.
MIDI는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의 약자로, 직역하면 악기 전자 규격정도의 의미가 됩니다. 이름 그대로, 전세계 표준으로 사용되는 약속 같은 것이지요. “나 미디를 공부해.”라는 표현은, 마치 “나는 음악의 국제표준규격을 공부하고 있어.” 정도의 표현이 되니 매우 해괴한 표현이 됩니다.
그렇지만 90년대 정도에 미디 관련 정보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위에서 언급한 DAW보단 미디라는 단어가 좀 더 보편적으로 쓰이는 신기한 상황이 생기게 된 것이지요.

미디부터 음악을 배우게 되는 경우, 드럼과 베이스 작업 방식을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을 추천합니다. 곡의 형식이나 전체적인 흐름을 잡는 뼈대가 되기 때문이지요. 또한 저음과 중음, 고음역대를 가장 효율적으로 채울 수 있는 악기들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정말 잘 만들어진 트랙을 분리해서 들어보면, 드럼 베이스만으로도 이미 사운드가 맛깔나게 꽉 차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드럼 베이스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왠지 허전한 사운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단 이야기기도 하지요.
실제로 취미로 하시는 많은 분들이 이 드럼과 베이스 사운드 구현에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피아노와 기타에 익숙해서 이 악기들만으로 음악을 완성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사실 그럴 단계라면 이미 상당한 숙련자일 가능성이 높으니…
작곡은 독학인걸까?
이런저런 방법은 이야기했지만, 작곡을 독학한다는 말의 어감은 꽤 신기하긴 합니다.
생각과 표현을 작업물로 옮기는 것을 독학, 이름 그대로 혼자 학습한다고 하는 표현이라니요. 아무래도 실패하거나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많이 경계하는 문화권이라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어쨌든, 뭐든 목적이 단순명료할수록 좋지요. 저는 작곡이 떠올린 아이디어를 현실의 도구로 옮기는 것이라고 봐요. 흥얼거리는 것이던, 간단히 연주해본 것이건. 익숙해지면 사무실에서 김밥 먹으면서도 (….) 악보 작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대신 그런 표현과 기록 연습을 많이 할수록 점점 표현과 기록이 자연스러워지고, 작업 속도도 점차 빨라지게 되는 것 뿐이지요. 그건 독학처럼 누군가에게 배우는 학습의 영역은 아니더라고요. 일종의 습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AI로 음원도 뚝딱 찍어내기 쉬운 시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선택해서 기록하고 쌓아나가는 것의 그 즐거움은 오롯이 창작자의 것이라고 봐요. 그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계속 써나가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누군가는 그걸 ‘돈이 되냐’라고 해도, 황금만능주의론 치환되지 않는 가치들이 또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시대에서 계속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것은 또 즐거운 고민의 연속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여전히 작곡이 꼭 한 번 해볼만한 일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저는 또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